조평세

Sep 25, 20204 min

대(對)중공 자유의 최전선, 홍콩과 대만

중국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이제 유일하게 자유와 민주주의 체제를 누리고 있는 곳은 중화민국, 즉 대만뿐이다.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일국양제’ 합의에 따라 중국 공산체제와는 분리된 정치체계와 경제구조를 누리고 있었지만, 지난 6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된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인해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사실상 중국 공산체제에 완전히 종속되게 되었다. 이미 보안법 시행 두 달여 만에 수많은 민주주의 운동가가 체포되거나 활동이 제한된 상황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자유중국’ 대만은 중국공산당에 대한 자유진영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중국몽)”을을 꿈꾸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에게 대만은 반드시 중국 공산주의체제로 통합시켜야 하는 필수 과제로 남아있다.

내년 1월 중공이 대만을 접수한다고?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미 해군연구소(US Naval Institute)가 발행하는 월간지 “프로시딩스(Proceedings)”에 매우 흥미로운 에세이가 실렸다. 제임스 윈펠드(James Winnefeld) 미 해군 예비역 제독과 마이클 모렐(Michael Morrell) 전 CIA 부국장이 기고한 이 글은, “다음 전쟁은 어떻게 시작되나”라는 편집국의 연속 기획기사 중 첫 번째로 실린 전쟁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다. 이들은 머지않은 미래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형식으로 2021년 1월 중국과 대만의 무력충돌을 ‘회상’하며, 지난 몇 년 간의 양안(兩岸) 관계가 투키디데스가 말한 ‘분쟁의 세 가지 원인,’ 즉 ‘공포(fear)’와 ‘명예(honor)’ 그리고 ‘이익(interest)’을 모두 유례없이 고조시켜 전쟁이 불가피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해 계속되는 혼란과 2020년 11월의 대선 결과를 놓고 더욱 양극화된 미국의 국내 정치상황은,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에게 대만을 침공해 양안통일의 과업을 이룰 놀라운 기회로 포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2021년 1월 20일 미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로 단 3일 만에 대만을 접수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해 무력통일에 성공한다는 것이 이들의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는 중국의 대만 주변 해역봉쇄, 미사일 정밀 폭격, 대만 내 정보전 및 주요시설 접수, 중국의 각 주요국 외교 공작 및 국제여론 조성 등 여러 중요한 요소들이 있지만, 결국 미국이 심각한 내부혼란과 분란, 그리고 중국공산당의 사이버공격 및 여론조작 등으로 군사력의 투입시기를 놓쳐버린다는 것이 이 기고 글의 핵심 메시지다. 여러 ‘최악의 시나리오’ 소설 중 하나로 여겨질 수 있는 글이지만 그 구체성과 절묘함, 그리고 충분히 그럴듯한 가능성이 단순한 흥미유발을 넘어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더구나 이 글이 실린 “프로시딩스” 월간지는 결코 가벼운 잡지가 아니다. 이 잡지를 발행하는 미 해군연구소(USNI)는 1873년 미 해군사관학교 내 장교들에 의해 설립되어 무려 147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연구포럼으로 창설 후 꾸준히 매월 “프로시딩스”를 발간해왔다. 이 ‘미래에서 온’ 경고의 글을 통해 미국은 이처럼 허망하게 대만을 내어주는 실수를 범할 가능성은 다행히 낮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분석하는 대만에 대한 시진핑 중공의 조급해진 입장은 여전히 매우 설득력이 있다.

시진핑의 공포, 명예, 그리고 이익

중국은 현재 심각한 체제위기를 맞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이 “칼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르라”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노선을 너무 일찍 버리고 패권야욕을 성급히 노골화했다는 지적은 해외에서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중국의 경제성장 또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모순적 한계와 빚더미 위에 쌓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대한 버블이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중국의 부상과 팽창을 견제하는 미국의 군사, 경제적 압박도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지속되었다. 오바마 집권 마지막 해였던 2016년에 미국 군함은 대만해협을 12차례나 통과했고 트럼프의 첫 임기가 끝나는 올해에도 월 1회 꼴로 8월까지 총 여덟 차례나 통과했다.

이런 와중에 작년 홍콩 시위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드러난 중공의 전체주의 본색, 그리고 사회주의 체제의 사실은폐와 정보통제로 인해 글로벌 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패권경쟁 상대국인 미국뿐만이 아닌 세계로 하여금 그동안 눈감아왔던 중국 공산주의의 본질을 직시하고 등 돌리게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중국책임론이 국제사회에 대두되고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의 반중연대가 가시화됨에 따라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은 심각한 내우외환으로 인한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Paolo Tre—A3/CONTRASTO/Redux)

시진핑에게 있어 양안통일 과업은 ‘명예’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2012년 집권 이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통치 이념이자 국가적 목표로 삼은 시진핑은, 그 첫 단계로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인민 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하게 사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하고 2단계로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현대적 사회주의 강국으로 도약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코로나-19로 인해 중국몽 1단계 막바지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국가적 숙원사업인 양안통일은 시진핑의 지지기반과 당내 입지를 탄탄하게 하고 중국 국민을 재결속시킬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더구나 2016년에 대만의 독립노선을 추구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집권 이후 지난 4년간 급속도로 발전한 미국과 대만의 관계로 인해 시진핑은 계속해서 자존심(‘명예’)에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그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미국-대만 국교 단절 37년 만에 정상간 통화까지 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균열을 시도했고, 이후 워싱턴에서의 대만 로비와 미국 내 확산되는 반중정서에 힘입어 의회에서도 최소 다섯 개의 친(親)대만 법안이 제출되었다. 2018년 통과된 ‘대만여행법’으로 차이잉원 총통이 이듬해 미국을 방문했다. 작년에는 미국의 공식 보고서에서 대만을 싱가포르, 뉴질랜드, 몽골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국가로서 신뢰할 수 있고 능력 있는 미국의 파트너”라고 적시하며 40년 만에 대만을 ‘국가’로 부르기도 했다. 또한 중국공산당의 홍콩 자유 탄압을 지켜본 대만인들은 올해 초 압도적으로 차이잉원을 지지하며 중국과의 일국양제에 대한 거부의사를 명확히 했다.

(Taiwanese Government)

결국 미국은 지난 3월 ‘타이베이법(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otection and Enhancement Initiative, TAIPEI Act)’이라는 법률안을 상원과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대만이 “인구 2300만의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번영하는 나라이며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나라”라고 명시하며 미국은 주기적으로 대만에 방위물자를 제공하고 대만이 각종 국제기구에서 회원국 혹은 옵서버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난 5월 의회는 대만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기정사실화(fait accompli) 전략’을 저지하기 위한 ‘대만방위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기정사실화 전략’이란 미군이 알아차리거나 개입하기 전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몰래 압도적인 선제공격으로 대만을 정복해 중국의 양안통일을 기정사실화 하는 전략을 말한다. 지난 8월에는 중국군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 대통령에게 군사력 동원 권한을 즉각 위임하는 내용의 ‘대만침공방지법안’을 미 하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이러한 미국과 대만의 관계 진전은 시진핑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체제위기의 공포도 유발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지난 8월 12일 차이잉원 총통은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화상세미나 연설에서 미국에 FTA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이 중국공산당에 가져오는 즉각적인 ‘이익’도 분명하다. 미국이 자국 생산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의 화웨이 등의 통신장비 및 휴대전화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인 대만을 중국이 접수했을 때 가져갈 이익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전략적’이지 못한 ‘모호성’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로 인한 대만과의 국교 단절 이후 대만문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해왔다. 국제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란 어느 한 편에만 서지 않음으로서 위험부담을 덜고 자신의 행동을 예측불가능하게 함으로서 상대방의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를 맺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였지만 동시에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을 군사적, 정치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미국은 중국의 양안통일 시도를 억제하고 거꾸로 대만의 독립선언도 억제해 원치 않는 전쟁에 연루되는 것을 예방한 것이다.

(Washington Times)

하지만 미국의 이런 현상유지 노선은 상대방인 중국도 현상유지를 원할 때 성립이 가능한 것이다. 아시아에서의 패권을 꿈꾸며 ‘현상을 타파하려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이 집권한 이상, 현상유지를 위한 ‘모호성’은 더 이상 전략적이지 못한 것이 된다. 이제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 군사적으로도 미국에 위협을 가하는 중국공산당이 등장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확실히 맞설 수 있는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이 필요하다.

또한 기억할 것은 중국공산당의 중국몽은 결코 중국어권에 대한 영향력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자유를 틈타 들어와 중화사상을 전파하거나 여론전을 벌여 친중 정권수립과 정책을 유도하기도 한다. 바로 지난 3월 한국에서도 ‘차이나게이트’로 살짝 윤곽을 드러낸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공작이다. 이미 뼛속까지 친중인 현 정부 탓인지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유도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도 홍콩이나 대만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자유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다. 자유를 수호할지 전체주의를 선택할지는 우리 국민 개개인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