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세

Jul 14, 20202 min

이춘근 저, <전쟁과 국제정치>

2020, 북앤피플, 583쪽.

“전쟁이라도 하자는거냐”라는 비겁한 거짓말을 분쇄하는 대한민국 필독 교양서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29p) “특히 세계적으로 가장 불량한 지정학적 환경 아래 놓여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언제라도 국제정치 및 전쟁 문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573p)

이 책의 시작과 끝이다. 책의 이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쟁은 인간사의 상수(constant)이며, 특히 한반도에선 더욱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은 반드시 전쟁을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에게도 마찬가지다. 성경에 있는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라(마5:39)”는 말은, 개인에게는 적용될 수 있지만 국가에는 적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말을 국가에 적용한다면, 그것은 내가 아닌 타인의 뺨을 강제로 가해자에게 내어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현 정부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평화는 전쟁의 반대말’이라는 프레임에 사로잡혀있는 듯하다. 그러니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합니다.”라는 말을 대놓고 해도 많은 국민들이 지지해 줄뿐 아니라 감동을 한다. 그리고 북한 정권의 체제를 비판하거나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이야기하면, “전쟁이라도 하자는거냐”라며 다그친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듯, 이 프레임은 거짓이다.

“전쟁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평화는 목표다. 두 개념은 같은 차원의 용어가 아니다. 그래서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질문은 원천적으로 잘못된 질문이다.”(55~56p)

사람들의 이 잘못된 프레임 혹은 ‘상식’을 깨기 위해서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쟁의 참혹함을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준비한다’는 것이 우리 국민이 가져야 할 진짜 상식이다. 무기를 비축하고 전쟁연습을 하는 것은 전쟁을 치르지 않을 수 있기 위함이라는 역설이 곧 진리다. 평화는 판문점에서의 악수나 선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섣부른 ‘평화’의 선언은 전쟁을 부른다는 것을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 교양서를 통해, 잘못된 상식을 깨고 또 다른 6.25를 막아내야 한다.

저자는 이 주제 관련 국내 최고의 권위자

저자인 이춘근 박사는 최소 40년을 전쟁 연구에 몰두하신 국내 최고의 전쟁학자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육군 3사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교수 요원으로 복무한 후, 텍사스 주립대학 정치학 박사를 졸업하고 또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도 전쟁사를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세종연구소와 자유기업원 등에서 연구하기도 했다.

다른 저서로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나남, 2007),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전략>(김앤김북스, 2016), <10월 유신과 국제정치>(기파랑, 2018) 등이 있고, 세계적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의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김앤김북스, 2017) 등을 번역하기도 했다. 현재는 이춘근의 국제정치 아카데미와 <이춘근TV>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전쟁학과 국제정치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그의 유튜브 방송은 10만 이하로 조회한 영상이 없을 정도로 매회 인기가 많다.

이 책은 바로 그 아카데미와 유튜브 강좌의 일부 결과물이다. 2019년 8월 초순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3시간씩 12주 동안 진행했던 저자의 <전쟁과 국제정치>라는 주제의 강좌를 글로 엮었다. 파워포인트 659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풀어냈다고 한다.

책의 구성

이 책은 대학원 수준의 학술적으로 깊고 다양한 이론을 망라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매우 쉽게 적혀있다. 먼저 서론격인 1장부터 3장까지는 전쟁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상식, 그리고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국가의 의미를 적었다. 4장은 전쟁연구의 방법론을, 5장은 전쟁연구의 현황을 담았고, 6장과 7장에서는 지금의 세계를 만든 주요 전쟁들을 담았다.

본격적으로 8장에서 10장까지는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를, ‘인간적 차원’ ‘국가적 차원’ ‘국제체제적 차원’이라는 분석수준별로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11장과 12장에서는 실제 전쟁의 전략과 무기를 다뤘다. 마지막으로 13장에서는, 전쟁연구의 신경향들을 검토하면서 앞으로 전쟁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부 희망찬 전망도 소개하지만, 결국 “오직 죽은 자만이 전쟁을 더 이상 경험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진단으로 끝을 맺는다.

(이 글은 <월드뷰> 2020년 7월호에 실린 신간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