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평세

11월 미국 대선을 결정지을 변수들

11월 3일 미국 대선을 70여일정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후보를 공식화하는 전당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재선여부가 거의 확실시되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개월동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시위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지율이 급락해 상대 후보인 민주당 조 바이든에 약 10% 정도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4년 전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와 언론의 일방적인 예측을 뒤집고 당선된 트럼프이기에 많은 언론들이 단정적인 예측은 비교적 삼가는 듯하다. 또한 트럼프의 뒤에는 약 93%의 공화당원과 대다수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포함한 견고한 지지층이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아직 2개월의 시간동안 대선결과를 좌우할 많은 변수들이 남아있다.


"극좌" 성향인 카말라 해리스


당장 화두가 되는 것은 지난 11일 오랜 고심 끝에 발표된 조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이다. 바이든은 그동안 물망이 올랐던 많은 인물들 중 그나마 가장 안정적이라고 평가받았던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선택했다. 이미 지난 3월 바이든의 공약으로 “여성”으로 좁혀진 러닝메이트 후보군은 올 여름 인종차별 문제가 붉어지면서 “흑인여성”으로 점쳐졌다. 해리스는 유일한 흑인(자메이카와 인도계 혼혈) 여성 민주당 상원의원이며 작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면서 이미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진 인물이다. 사실 현재 계속되고 있는 안티파 및 BLM 등 극좌세력의 선동과 시위 국면에 떠밀려 바이든이 러닝메이트로 고려했던 캐런 배스 하원의원이나 스테이시 아브람스 주지사에 비하면 해리스가 훨씬 안정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해리스도 상당히 문제적인 이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해리스는 작년 바이든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았을 뿐 아니라 바이든을 성추행범으로 고발했던 여성을 신뢰한다고 공언했던 인물이다. 두 사람의 ‘케미’가 과연 얼마나 원활할지 두고 볼 일이다. 더 나아가 해리스는 극단적 좌익으로 분류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와 함께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그린 뉴딜’을 제안하는 등, 비춰지는 이미지보다 더 진보적인 정치인이다. 실제로 의회에서 던진 표를 통해 진보성향 정도를 분석하는 사이트에 의하면 엘리자베스 워런이나 버니 샌더스보다도 더 극좌인 것으로 드러난다. 또한 해리스는 캘리포니아 주 검사시절 보수주의 단체들을 겨냥해 기본권을 침해하다가 연방판사에게 제지당하는 등의 수많은 권력남용으로도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어떤 매체는 “그녀가 취한 권력 중 남용하지 않은 권력이 없다”라고까지 평가할 정도다. 이미 작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해리스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의회의 입법절차들을 무시하고 환경법과 총기규제법 등을 통과시킬 “행정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바이든의 일부 측근들은 해리스가 너무 권력욕이 많고 결국 스스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바이든을 배신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인 50%, "바이든은 4년 임기도 못마칠 것"


사실 이번 미 대선은 역대 최고령의 두 후보들이 나선 만큼 그들의 러닝메이트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미국 국민들은 그동안 바이든의 고령의 나이와 건강상태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해 왔다. 트럼프도 4년 전 역대 최고의 나이(만70세)로 당선되었지만 바이든은 선출된다면 만 78세에 취임선서를 하게 된다. 지난 10일 라스무센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들의 무려 59%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재선은커녕 4년의 임기도 마치지 못한 채 부통령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49%에 달하는 사람들이 11월에 바이든이 선출된다면 4년 안에 그의 러닝메이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그만큼 미국인들이 바이든의 건강 상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그가 선택한 해리스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인상과 기대가 대선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폭동 피로현상


계속해서 지켜볼 변수는 현재 계속되고 있는 Black Lives Matter (BLM) 폭동/시위다. 흑인 과잉 진압과 사망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BLM 시위는 이제 공공연히 “미국체제 붕괴”와 “사회주의 미국 건설”을 외치는 것에 더해 실제로 성경을 불태우고 법원에 화염병을 던지기까지 하는 자코뱅 혁명의 양상을 노골화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시위대의 폭력성을 인정하기는커녕 계속 두둔하며 이를 11월까지 트럼프 낙선운동으로 이어가려는 태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 현실로 미국인들은 많이 지쳐있다. 더 이상의 감상적 선전선동에 휘둘리기에는 이미 높은 피로감이 쌓여있다.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2개월여 동안 그 동력이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존 더햄 조사결과와 기소


11월 대선을 앞두고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변수는 존 더햄 코네티컷 주 연방검사장이 진행하고 있는 ‘러시아 게이트’ 배후 조사의 결과다. 작년 5월 윌리엄 바 법무부장관은 존 더햄 검사에게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촉발한 ‘러시아 게이트’의 수사 경위를 조사도록 지시한 바 있다. 법무부에 대한 행정절차 검토로 시작된 이 조사는 결국 지난 10월 법무부 및 FBI직원의 위법행위를 가리는 형사 수사로 전환되어, 올 여름이 끝나기 전에 수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다. 그러다가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사가 지연된 상황이다. 이 수사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법무부나 FBI직원 혹은 전 오바마 행정부 직원이 위법행위로 기소될 경우, 이들이 면책을 위해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후보를 포함한 전 오바마 정부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의 대선 캠프에 ‘스파이’를 보내 감시했다고 주장해왔다. 윌리엄 바 법무부장관은 지난 7월 28일 의회청문회에서 11월 대선 이후까지 조사 결과 공개를 늦출 의향이 있는지 묻는 민주당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혹시 ‘10월의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후보자 공개토론


무엇보다 가장 흥미롭게 여론을 달굴 대선 전 이벤트는 아무래도 최소 세 차례 열리게 될 대선후보 공개토론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TV 공개토론은 9월 29일과 10월 15일, 그리고 10월 22일로 예정되어 있다. 10월 7일에는 부통령 후보자 토론도 예정되어 있다. 현재까지 바이든의 지지율은 그에 대한 선호도에 기인하기보다 상당부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 사실이다. 작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은 뚜렷한 강점을 각인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예상 외로 선전한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를 상대로 겨우 이겨서 엉겁결에 후보가 된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올해는 코로나사태로 인한 제약으로 많은 행사가 취소되어 인상 깊은 연설을 남기거나 즉흥적인 인터뷰를 할 기회도 적었다. 그런 와중에 바이든의 인지능력을 의심하게 할 만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대통령직이 아닌 상원의원직에 출마한다고 말하거나 어느 주에 있는지 혼동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2020년 인구조사가 “몇 년 전에” 있었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등의 영상이 노출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이나 다른 후보들의 이름을 까먹은 것도 여러 차례 있었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외워지고 있는 독립선언문의 두 번째 문단을 읊다가 못외우고 얼버무린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29일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20%, 전체 응답자들의 38%가 바이든이 치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61%는 바이든이 그의 인지능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지난 8월 초 유세현장에서 인지능력 테스트를 받았냐고 질문하는 기자에게 버럭 화를 내는 등 이러한 문제제기 자체를 트럼프 지지층의 말도 안 되는 음해 정도로 취급하며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대선 공개토론은 바이든에게 자신의 인지능력 문제제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본인은 얼마든지 트럼프를 상대로 토론할 자신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이한 것은 친 민주당/반 트럼프 성향의 주류언론들이 나서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상대로 토론에 나서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선거를 수십 년간 취재해 온 한 저명한 기자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 “올해 대선토론은 없애버리자”고 했고, 클린턴의 공보담당관이었던 조 락하트는 CNN에 출연해서 바이든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트럼프와 토론에 임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저명한 네오콘(neocon) 사상가이자 보수 진영의 반 트럼프 목소리를 대표하고 있는 윌리엄 크리스톨 역시 “올해 토론은 생략하는 것이 가장 공평할 것”이라고 말하고 나섰다. 어쨌든 토론이 열리게 될 도시에서 코로나19가 새롭게 확산되지 않는 한 공개토론은 최소 세 차례 전 국민 앞에서 펼쳐질 예정이고, 두 후보의 우위를 가를 수 있는 유일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코로나 블랙홀


다른 무엇보다 계속 지켜보아야 할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코로나19 사태의 진정여부다. 대선 이후로도 코로나 국면은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적어도 10월까지 바이러스 확산과 사망자 수가 감소세로 접어들어야 학교들이 개방을 하고 경제 회복의 가능성이라도 감지된다. 남은 선거기간동안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되돌리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백신 개발과 생산 및 분배를 지휘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민관협력 이니셔티브를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라고 명명한 것도 그런 트럼프의 입장을 잘 드러낸다.


트럼프의 손가락


마지막으로 큰 변수 중에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적은 바이든이나 언론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의 충동적인 트윗이다. 지난 7월 30일에는 광범위한 우편투표 방식이 부정확하고 부정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대선의 연기 제안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해 많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국 행정부는 대선을 연기할 권한도 없고 미 역사상 그런 유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남북전쟁 당시와 스페인독감 유행 때도 대선은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트윗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임할 자신이 없거나 대선 결과에 대해 불복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보수진영에서도 수습하기 매우 당황스런 도발이었다. 이번 대선은 미국의 국가정체성이 달린 중대한 고비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최소 70일동안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언행을 가능한 삼가고 보다 진중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