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평세

미국 Pro-Life 운동에서 배운 8가지 교훈 (1/2)

Updated: Feb 7, 2020

지난 주 1월 25일 토요일, 워싱턴DC에서 열린 National Pro-Life Summit (전국 프로라이프 회담)에 참석했다. 전 날인 24일 무려 22만여 명이 집결한 March For Life (생명행진)에 이어, 약 3천명의 젊은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이 하루종일 사례와 전략을 공유하고 비전을 수립하기 위한 컨퍼런스였다.


이번 컨퍼런스는, 매년 Students for Life 라는 프로라이프 학생단체가 단독으로 17년간 진행했던 기존 학생컨퍼런스를, 대표적인 생명주의 단체인 Live Action, 보수 정책연구소 헤리티지재단, 그리고 보수 법조인들의 모임인 Alliance Defending Freedom 등 4개 단체가 연합해서 올해 처음 개최한 프로라이프 컨퍼런스다.

컨퍼런스 주제는 "History Maker: Casting a Vision for a Post-Roe America" (로대웨이드 법안이 폐지된 미국의 비전 펼치기). 미국에서 낙태를 합법화한 연방법원의 'Roe v. Wade' 판결을 폐지시키는 것을 넘어서 그 이후 프로라이프 운동이 추구할 구체적인 비전까지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참가자는 대부분 학생들이었다. 중고등학생들은 크리스천 학교 등에서 단체로 온 경우가 많았고, 청년들은 특히 로스쿨이나 의대진학 혹은 정책연구나 정치입문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컨퍼런스 연사와 세션은 참가자 구성에 맞게 각 분야 전문가와 운동가들이 의료보건윤리, 여성권리, 정책 및 선거운동 전략, 문화운동, 토론기술 등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시간들로 구성됐다.


기조연설에는 펜스부통령의 딸인 샬롯 펜스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씽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회장 케이 콜스 제임스(Kay-Coles James), 그리고 영화 '언플랜드'(Unplanned)의 실제 주인공 애비존슨 등이 나왔다. (케이 콜스 제임스는 한국에도 2005년 출간된 <결혼 전에 미리 알아더라면 좋았을 것을>(좋은씨앗)의 저자다.)


24일 '생명행진'(March For Life)과 25일 '내셔널 프로라이프 회담'(National Pro-Life Summit)에 참석하면서 배우고 느낀점, 그리고 한국 프로라이프 및 보수주의 운동가들에게 주는 함의점과 교훈 등을 아래 8가지로 정리해보았다. (4가지씩 두 편으로 나눠서 올린다.)


1. 정죄와 비난의 표현을 피하라.


24일 행진과 야외집회에서도, 25일 컨퍼런스에서도 연사들이 자주 강조했던 것이 "we're not here to condemn"(우리는 누구를 비난하려는게 아니다)였다. 참가자들의 피켓문구도 "Abortion is Murder"(낙태는 살인입니다) 와 같은 정죄나 비난의 표현보다 "Choose Life"(생명을 선택하세요. 레위기 30장 구절.) "Human Rights begins in the Womb"(인권은 자궁에서 시작합니다) "I Survived Abortion"(난 낙태당하지 않고 살아남았어요) 등 긍정의 표현들이 현저히 많았다.


사실 프로라이프 운동은 "낙태는 살인"이라는 분명한 인식에서 시작된 운동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낙태행위를 죄로 여기고 그렇게 규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에서도 프로라이프운동 초창기에는 그래서 낙태의 잘못됨을 지적하고 정죄하는 "Anti-Abortion"(낙태반대)의 표현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정죄의 표현들이 낙태를 방지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비난과 분노의 표현은 집회 참가자들을 결집시키는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지나가는 행인이나 실제 낙태를 고려하는 여성을 설득시키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가까이하면 혼날 것만 같은 그런 전투적인 이미지를 탈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거의 마지막 순서에 기조연사로 나온 펜스 부통령의 딸 샬롯 펜스도 이 내용을 강조했다. 아버지 마이크 펜스가 토론회를 준비할 때 옆에서 조언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항상 "가슴으로 말할 것"(Speak from the Heart)을 주문했다. 사랑의 뜨거운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친절함과 이해심이 드러나는 사랑의 입술과 표정과 톤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샬롯은 낙태경험자나 낙태를 고려하고 있는 여성들이 대부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치유의 대상'인 점을 주목했다.

기조연설 중인 샬론 펜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낙태를 생각하는 여성은 자신의 실수(무책임한 성관계 등)에 대해 타인이 비난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 이미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으며 자책감에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다. 낙태를 이미 한 경우에도 물론 그 고통과 죄책감에 괴로워할 것이다. 그 때 비난의 소리를 듣는다면 자기방어기재가 작동해 귀를 닫아버리거나 이성적 사고를 무의식적으로 정지해버리기도 하고, 또 자책감을 무디게하는 방법(술, 유흥, 잘못된 조언 등)을 찾을 수도 있다. 비난은 그들을 오히려 더 극단적인 판단으로 몰고가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그 순간 필요한 것은 상처의 치유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용기이지,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상기시켜주고 찔러주는게 아니다. 실제로 낙태경험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낙태를 결정할 당시 낙태를 거부하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은 "넌 훌륭한 엄마가 될거야" 라는 격려와 지지의 한마디였다고 한다. 친절하고 진실된 사랑의 한마디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너가 무엇을 선택하든지 난 널 지지할거야" 따위의 무책임하고 오히려 낙태를 권하는 듯한 소리가 가장 좌절스러웠다고 한다.


2. 성경을 기초로 삼아라.


성경은,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그 이상으로, 이미 인간생명의 소중함과 낙태의 잘못됨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성경의 말씀은 사람의 말과 달리 살아있고 운동력이 있어서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를 쪼개기까지 하는 놀라운 힘이 있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근거로 삼는 것은 인간 상위의 도덕적 창조질서에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권위가 있고, 양심이 있는 누구에게나 큰 울림이 있다. 따라서 성경의 말씀을 토대로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나 구호로 삼는 것은 하나님의 직접 일하실 수 있는 공간를 열어주어 놀라운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생명행진"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번 "생명행진"에서도 가장 많이 눈에 띄었던 피켓문구는 성경구절이었다. 생명행진에 최초로 참석한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도 최소 3개의 성경구절을 그대로 인용하며 태아 생명의 존중을 옹호했다. 특히 창세기 1장("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과 시편 127편("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 그리고 139편("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은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이 가장 즐겨 인용하는 구절이다.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성경구절들은 다음과 같다. 창1:27, 창9:4-6, 출20:13, 출 21:22-25(이 본문의 한글 번역은 '낙태'라고 되어 있으나 원문이나 영어 번역은 '조산'에 더 가깝다), 레17:11, 신30:19, 욥10:11-12, 욥31:15, 시22:10, 시127:3, 시139:13-16, 잠31:8, 잠24:11-12, 사44:24, 렘1:5, 눅1:15,41-44, 갈1:15.


성경을 근거로 프로라이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있다. 미국 프로라이프 생명행진에도 참석자들은 교단이나 교파와 상관없이 다양한 기독교인들이 모였다. 한국 천주교와 달리 여전히 비교적 보수적인 카톨릭이 약 60-70%로 가장 많았고 그 외 동방정교회도 눈에 띄었다.


3. 과학도 이제는 프로라이프 편이다.


프로라이프의 근거는 종교적 신념일 뿐이고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은 이제 분명 지나간 얘기다. 태아를 인간의 신성한 생명으로 보지 않고 여성의 선택에 달린 문제로 보는 것이 오히려 매우 비과학적인 우생학적 유사과학이자 인종차별적 사회개조의 일환이었음이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따라서 과학이 이제 프로라이프의 편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낙태전문기관인 Planned Parenthood의 창립자이자 '산아제한'의 창시자인 여성운동가 Margaret Sanger(마가렛 생어)는 강력한 우생학자였다. 생어는 중국과 일본 등을 방문하여 우생학을 근거로한 산아제한을 전파했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아 6, 70년대 산아제한정책을 전개했다.)


특히 작년 시카고 대학의 박사졸업생인 스티븐 제이콥스가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제이콥스 박사는 지난 5년간의 박사학위논문 연구의 일환으로 전 세계 1,000개 기관에게 설문을 보내 5,577명의 생물학자들로부터 답변을 받았는데, 그중 5,337명, 즉 96%가 생명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시 시작되는 것이 맞다고 응답했다.


"생명의 시작은 수정인가?" 라는 질문에 96%의 생물학자들이 "그렇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들 대부분이 스스로를 리버럴진보(89%), 프로초이스(낙태찬성)(85%), 무종교(63%), (미국인중에서는) 민주당(92%)으로 구분했다는 것이다.

스티븐 제이콥스의 박사논문 연구결과

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제이콥스는 온갖 방해와 비방과 조롱, 심지어 학위를 못받게 하고 학계에서 매장시켜 버리겠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학계에 많은 동료 및 교수들은 그가 '백인'이고 '크리스천'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 연구를 진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여러번 연구를 중단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지난 여름 그는 성공적으로 박사학의 논문심사를 끝내고 학위를 수여받았다. 박사논문결론에서 그는 낙태 찬반 논쟁이 더이상 "생명은 언제 시작하느냐"는 과학적 질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태아라는 생명에게 인간과 동등한 권리가 있느냐"라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이며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문제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설문 응답자들로부터 수많은 항의 이메일을 받았는데 대부분이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항의가 아니라 '자신들의 과학적 견해''프로라이프 집단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을 두려워하는 반응이었다고 밝힌다.


1973년 낙태를 합법화한 미국 대법원의 Roe v. Wade 판결은, "태아의 생명 여부"가 "현 단계에서는 판단이 불명확"하다는 근거로 낙태를 합법화했다. 그렇다면 이제 생명은 수정시 시작된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이 분명해진 이상 대법원의 판결은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4. 프로라이프 운동은 입양운동과 함께해야 한다.

(Pro-Life is Pro-Family and hence Pro-Adoption!)


이 내용은 사실 한국사회에서 받아드려지기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다. 미국보다 한국이 입양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는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프로라이프 운동이 진정성과 호소력을 가지려면 입양에 대한 옹호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낙태옹호론자들이 어김없이 지적하는 것은, 양육이 어려운 상황에서 낙태를 하지 않고 태어난 아이가 결국 버려지거나 적절한 보살핌을 못받아 고통을 당하는 상황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논리도 취약하기 그지없는 궤변이다. 고통(suffering)을 없애기 위해 고통받는 자(sufferer)를 없애자는 소리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에 대해 프로라이프 입장에서는 자원하는 가정이 해당 아이를 입양하거나 위탁받는 것이 가장 모범적인 대안이다. 아이는 고아원 등의 어떤 집단 수용시설(facility)이 아닌 가정(family) 속에서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고 사랑으로 양육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기독교인들과 보수주의자들의 또 다른 신념이기 때문이다.

복도까지 자리를 꽉 채운 입양정보 세션

25일 프로라이프 컨퍼런스에서는 입양정보와 사례를 공유하는 별도 세션이 있었는데, 강연장이 꽉 들어차고 서 있는 사람이 복도에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실제로 미국의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은 대부분 다자녀 가구일 뿐 아니라 입양도 많이 한다. 경이로운 사실은 이들이 장애아동의 입양도 선뜻 나서서 자원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적 사랑과 헌신을 온 몸과 삶으로 실천하고 있는 참 그리스도인이자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자들이 아닐 수 없다.


강연자들 중에도 자신들이 직접 입양을 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대표적으로 생명주의 컨텐츠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Radiance Foundation의 라이언 밤버거(Ryan Bomberger) 대표는 어머니가 강간을 당해 태어난 흑인이었다. 그는 13명 중 10명의 입양자녀가 있는 크리스천 백인가정에 입양되어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고 본인도 아내와 함께 입양아를 포함한 4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프로라이퍼(pro-lifer)는 자궁 속의 생명은 물론이고 자궁 밖의 '생명'도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13명의 자녀 중 10명을 입양한 밤버거 대가족

한국은 낙태율은 세계 최고이고 동시에 세계로 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이기도 하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독교 비율이 아시아에서 비교적 적은 것도 아닌데 어찌된 영문인지 의아하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교회부터 반성하고 성찰하며, 이제부터라도 크리스천들이 프로라이프, 프로페밀리, 프로입양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공의로우신 하나님을 믿는다면, 우리가 파괴한 생명만큼은 구해야 하지 않을까.


(5-8번째 교훈은 "2/2"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