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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평세

미국 CPAC 현장, 10가지 단상

트루스포럼 연구위원 자격으로 미국 최대의 보수주의 대회인 CPAC에 참석했다.

몇 가지 단상을 기록한다.


1. CPAC(보수주의 정치행동컨퍼런스)은 1964년 설립된 보수주의 로비단체인 American Conservative Union (ACU)이 1974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미국 최대 보수행사다. 워싱턴 인근 최대규모의 호텔에서 3박4일 동안 정치인, 보수단체 대표, 학자, 언론인 등 약 100명의 연사들이 섭외되고 수백개 단체와 기업들이 홍보와 로비활동을 하며, 동시에 수천명의 활동가들이 보수주의 운동을 위한 철학과 전략 교육훈련을 받는다. 보통 공화당 대통령과 부통령도 매년 참석하고 차기 대선주자들도 여기서 종종 발굴된다. 올해 주제는 WHAT MAKES AMERICA GREAT (무엇이 미국을 위대하게 하는가) 였다.



2. 놀라운 것은 미국 전역에서 모인 1만명 이상의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이 25세 미만이라는 것이다.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행사 관계자에게 직접 확인했는데 사실이었다. 대학청년들은 대부분 캠퍼스 내 보수동아리나 단체 소속으로, 일반세션 외 자기들만의 부트캠프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대학의 보수주의 투쟁 사례들을 공유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서로를 응원했다. 세션주제들은 "보수우파 동아리 활성화 방안" "메일링리스트 관리하기" "유투브 활용법" "글쓰기 및 학내잡지 진입하기" "분노하지 않고 대화하기" 등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짜여져있었다. 밤이 늦으면 광란(?)의 파티도 열어 친목을 도모했다. 사실 CPAC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대학청년들이었다. 1974년 첫 CPAC 대회도 ACU와 Young Americans for Freedom (청년보수조직) 의 공동주최로 열렸었다고 한다.


3.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청년운동 단체들로서는, 가장 오래되고 처음부터 러셀커크, 리처드 위버, 윌리엄 버클리 등이 참여해 가장 지적인 바탕을 자랑하는 Intercollegiate Studies Institute (ISI, 창립 당시에는 Intercollegiate Society of Individualists), 1960년 샤론선언으로 시작한 젊은 정치운동이자 골드워커키즈가 기반이 된 Young Americans for Freedom (YAF), 보수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을 키워내고 선거캠페인 전략을 수립하는 Leadership Institute의 Campus Reform, 그리고 가장 젊고 가장 빠르게 성장을 누리고 있는 Turning Point USA이다.


4. 한국 대학청년 보수단체 소속으로 미국 보수주의 청년운동을 배우러 왔다고 하니 모두들 반가워하며 궁금한 점들을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물론 홍보부스에서 설명하는 대학생 인턴들은 미국 보수주의 운동사에 대해서는 나보다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열의는 대단했다. 청년대학생들의 한반도문제 인식을 물어보았다. 대부분은 북한문제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의 좌경화 문제에는 무지했다. 한국 좌경화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니 크게 놀라며 어떻게 사회주의의 폐해를 그렇게 가까이서 목격하고 있는데 그럴수 있느냐고 의아해 했다.


5. 올해 CPAC에서 가장 두드러진 화두들은 국내적으론 난민문제(남부국경 장벽설치)와 낙태반대(Pro-Life), 국외적으론 중국, 베네수엘라 등 사회주의의 위협이였다. 물론 이스라엘과 중동문제도 언제나처럼 큰 주제였다. 국내이슈에 있어서는 보수청년들 사이에서 큰 갈림이 없었던 반면 대외문제에 있어서는 개입주의(neocon 류)와 고립주의(paleocon, libertarian류)로 두드러지게 나뉘어졌다. 부시행정부때 이 대립으로 보수진영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인식해서인지 논쟁을 아예 깊이 끌고가지 않으려 했다.


6. 역시 가장 신나 있었던 그룹은 Pro-Life 운동 진영이었다. "미 역사상 가장 Pro-Life President"라고 불리는 트럼프 덕분에 물만난 물고기마냥 들떠있었다. 트럼프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매년 수십만건의 낙태를 시술하는 Planned Parenthood 에 대해 전면 지원중단을 선포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뉴욕 등 몇개 주에서 민주당에 의해 후기낙태 허용법안이 통과되기도 했지만, Pro-Life 단체들의 매우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대중교육과 언론대응을 통해 민주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있다. Pro-Life 단체가 제작한 "Unplanned"라는 영화가 특별상영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미 전역에서 곧 개봉된다.


7. 한국 좌경화문제는 별도세션으로 마련되기는 했지만 원래 한국에 관심있었던 사람들 밖에는 사실 큰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내가 만나본 청년들은 그런 세션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 인지도가 높은 고든창 변호사 때문에 그나마 어렴풋이 문재인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Losing South Korea 라는 소책자를 출간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종북 좌경화문제에 눈을 뜨게 될것 같다.


8. 일부러 각 단체 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타 단체는 어떠냐는 식으로 의견를 물어보았다. 재밌는 건 각 단체가 서로를 엄청 견제하고 치열한 경쟁상대로 여긴다는 것이다. 보수우파이념을 보급하는 단체들의 성장도 캠퍼스라는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으로 이루어진다는게 흥미로왔다. 그러나 분명했던 것은 각 단체가 각자의 장점과 비교우위를 정확히 알고 전체 보수주의 운동에서의 보완점을 찾아 매꾸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ISI는 가장 지적인 기반이 탄탄한만큼 출판사를 운영하며 각 전공에서의 보수우파 대안교재를 만들거나 각 캠퍼스 보수잡지 출간을 지원하며 젊은 보수주의의 지적흐름을 정립하고 있었다. YAF는 가장 크고 영향력있는 단체인만큼 타단체 지원도 하고 조직운영 방법론을 공유하는 등 '큰형' 노릇을 하고 있었다.



9. 역시 가장 주목을 받은 단체는 불과 6년 전에 창립되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Turning Point USA였다. 93년생 찰리커크가 시작해 이끌고 있는 이 단체는 '좌파교수인명사전' 등을 배포하거나 캠퍼스 내 좌파 동아리들을 찾아가 도발하는 등 약간은 '과격한' 방법으로 노이즈마케팅과 sns 활용으로 크게 성장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중 여러차례 찰리커크와 부대표인 캔디스 오웬을 지목하며 응원하기도 할 정도로 미국 내 영향력이 크다. 또 주목을 받은 단체는 최근 캠퍼스에서 회원이 좌파에게 폭행을 당한 리더십인스티튜트였다. 폭행 동영상이 바이럴하게 퍼지며 큰 화제가 되었었다. 이번 CPAC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중에 이 청년을 불러내 연단에 세우기도 했다. 청년의 왼쪽 눈에는 아직도 큰 멍이 들어 있었다. 


10. 대부분 미국 대학의 학풍과 교수들, 전공 커리컬럼, 교과구성 등은 심각하게 좌경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학생운동에 있어서는 보수우파 운동이 이제 더 크고 조직적이고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보수주의 청년대학운동은 1950년 윌리엄 버클리의 반격 이후 디네쉬 데수자, 벤 샤피로 등을 거쳐 꾸준히 지속되어 이제는 대학풍토를 뒤집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도 때때로 보수주의가 수세에 몰린 듯 하지만 이들 대학생 단체들을 보면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한국 보수주의가 미국의 보수주의운동에서 배워야 할 점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트루스포럼이 미국 보수주의 청년운동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것들도 많다. 물론 여기 이들 젊은이들이 가진 환경조건들과 여건들을 부러워하며 한국상황을 한탄하기 시작라면 끝이 없다. 하지만 불평할 시간에 상황과 관계없이 해야할 일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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