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평세

2020년의 Top 7 보수주의 책 (미국)

Updated: Dec 24, 2020

미국에서 2020년 한 해 동안에는 다른 때보다 특별히 더 많고 좋은 보수주의 책들이 출간되었다. 많은 대중강연 행사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되면서 보수주의 저자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집필에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11월에 중요한 대선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보통 대선이 있는 해에 좋은 정치사회 분야 책들이 많이 출간된다. 특히 올해는 리버럴 민주당의 더욱 심각해지는 좌편향과 극좌성향 의원들의 주도권 행사, 그리고 인종갈등의 과격화가, 미국 보수주의자들에게 문명적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보수주의자들과 출판사들은 서둘러 시급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있다.

2020년 보수주의 책 7선

사실 지난 수 년 동안 ‘리버럴’의 탈을 쓴 극좌 진보세력들이 비판이론이나 ‘정체성정치’ 등을 통해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서구기독교 전통과 문명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반세기 네오마르크스주의자들이 치른 문화전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일찍이 이 ‘진보’ 역사의 흐름에 맞서 힘겨운 투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문화영역에서 큰 축을 이루는 출판시장은 사회의 지적 흐름과 담론을 주도하고 여론의 기저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여타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출판시장도 진보 리버럴 세력들에 의해 상당부분 잠식되어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많은 출판사들이 훌륭한 보수주의 저작들을 내놓고 있다. 1950년부터 미국 근대 보수주의의 대부로 여겨지는 러셀 커크와 윌리엄 F. 버클리의 저서들을 출간한 레그너리(Regnery) 출판사도 여전히 수많은 보수주의 걸작들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고, 1953년 보수주의 대학캠퍼스 운동으로 시작한 ISI(Intercollegiate Studies Institute)도 활발한 출판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2000년대 9.11 테러 이후로는 무시 못 할 구매력을 자랑하는 미국 보수진영의 열혈독자들을 의식해, ‘펭귄’과 ‘랜덤하우스’ 같은 대형출판사들도 각각 ‘센티넬(Sentinel)’과 ‘크라운포럼(Crown Forum)’이라는 보수주의 임프린트(출판사 하위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커크와 버클리 등이 보수주의 운동의 지적기반을 튼튼히 쌓아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보수도 구호와 이슈몰이, 또는 정치공학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러한 보수주의 사상의 지적기반 다지기가 절실하다.

올해 미국에서 출간된 많은 보수주의 책 중에 가장 주목할 만한 책 일곱 권을 선정해서 간략히 소개한다. 모두 한국 보수진영과 사회문화에도 함의하는 바가 큰 저작들이다.


1. The Devil and Karl Marx (악마와 칼 마르크스)

Paul Kengor 저, Tanbooks 출간 (461쪽)


먼저 칼 마르크스 혹은 사회주의의 ‘영적전기(spiritual biography)’라고 할 수 있는 <악마와 칼 마르크스>이다. 지난 9월 한국에서 출간된 <레이건 일레븐> (열아홉)의 저자인 폴 켄고르 교수가 쓴 책이다. 켄고르 교수는 원래 <하나님과 레이건> <하나님과 부시> 등 인물의 저작과 신앙생활 기록을 통해 그들의 영적 의도를 드러내는 독특한 저작들을 많이 써왔다. 이 책은 마르크스의 저작들과 주변 인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마르크스의 ‘신앙’이 아닌 ‘악마성’을 파헤친다. 그리고 마르크스뿐만 아니라 볼셰비키혁명부터 프랑크프루트 학파의 네오마르크스주의까지 사회주의의 명백한 반기독교적 ‘종교성’을 드러낸다. 작년에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가 출간한 리처드 범브란트 목사의 <마르크스와 사탄>에서 살짝 다뤄진 마르크스의 악마성을, 훨씬 더 탄탄한 학술적 근거와 분석을 통해 노출시킨 것이다. 사탄을 찬양하는 듯한 마르크스의 수많은 저작들이나 그의 방탕한 사생활, 그리고 두 딸의 자살과 주변 인물들의 증언 등을 보면, 그의 반기독교적(anti-Christian) 의도 뿐 아니라 그의 악마적 정신세계 및 태도가 드러난다. “가정과 소유와 도덕과 종교의 완전 폐지”를 주장한 그의 <공산당선언>은 원래 제목이 <공산주의 신앙고백>이기도 했다. 그의 사회주의 사상이 지난 한 세기 동안 1억 명의 인명을 살상한 것은, 그 창시자의 정신세계와 영적상태를 통해 보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사회주의가 끊임없이 미화되고 여전히 수많은 젊은이들을 미혹하는 이 시대에 시급히 필요한 책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한국어 출판도 추진 중에 있다.


2. Was Jesus a Socialist? (예수는 사회주의자였나?)

Lawrence W. Reed 저, ISI 출간 (131쪽).


위 저작의 맥락에서 보면 사실 기독교와 사회주의는 양립되기 어려운, 크게 충돌하는 세계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사회주의에 빠진다. 그 이유는 위 책에서 드러난 마르크스의 실체가 그동안 의도적으로 감춰져 있었던 것도 있지만, 기독교 내에서도 ‘해방신학’ 등의 이름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깊게 침투한 이유도 있다. 대표적으로 “예수도 사회주의자였고 초대교회도 공산주의 공동체였다”는 거짓말이 기독교인들 사이에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책이 바로 <예수는 사회주의자였나>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미국 경제교육재단(FEE)의 회장이었던 로렌스 리드 경제학자다. 사실 <미래한국> 독자라면 예수가 사회주의자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매우 유용한 이유는, 성경의 근거와 경제학의 원리를 통해, 이미 널리 퍼져있는 그 거짓말들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포도원비유와 달란트비유, 그리고 사마리아인 비유 등을 통해 사회주의의 비성경적 전제를 드러내기도 하고, 사회주의자들이 종종 인용하는 돈과 부자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과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말씀의 오해들을 풀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주의가 결국 예수님의 가르침과 전면 반대되는 “시기의 복음(gospel of envy)”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교회나 기독교인들이 사회주의자들과 사회주의의 거짓말에 미혹된 성도들을 구제하는데 매우 유용한 참고서다. 이 책은 2021년 상반기 중 한국어로 출간될 예정이다.

3. How to Destroy America in Three Easy Steps (미국을 단 세 단계에 파괴하는 방법)


Ben Shapiro 저, Broadside Books 출간 (236쪽)

다음 책은 올해 한국에도 출간된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 (기파랑)의 저자 벤 샤피로가,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문명이 너무도 쉽게 붕괴할 수 있음을 진단한 책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젊은 보수주의자 샤피로는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에서 3,500년의 서구 역사를 조사하면서 위대한 서구세계가 유대문명의 도덕과 헬라문명의 이성이라는 기초 위에 세워져 있음을 풀어낸바 있다. <미국을 단 세 단계에 파괴하는 방법>에서 샤피로는 그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말 그대로 단 세 방에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바로 서구문명의 철학과 문화와 역사만 무너뜨리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샤피로는 극좌 세력의 집요한 공격에 의해 미국의 이 세 기둥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분석하며, 서구문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학과 문화와 역사라는 근간을 보수하고 사수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 책도 현재 한국어로 번역 중에 있다.


4. The Age of Entitlement: America Since the Sixties (권리의 시대: 60년대 이후 미국)

Christopher Caldwell 저, Simon & Schuster 출간 (319쪽)


이 책은 샤피로가 말한 세 단계 중 문화영역에서 어떻게 미국이 진보좌익에게 주도권을 내주게 되어 심각한 위험에 빠져있는지 구체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위클리스탠다드> 선임편집위원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를 역임한 크리스토퍼 캘드웰이다. 저자는 60년대 미국의 중대한 좌익 혁명들을 주제별로 다루며, 당시 더 정의롭고 인간적인 나라를 만들려했던 미국인들의 순수한 의도가 결국 어떻게 권리주장의 남용과 현재의 분열을 낳았는지 분석한다. 저자가 말하는 60년대 리버럴 혁명은, 1963년 케네디의 암살로 시작해 64년 공민권법으로 대표되는 인종갈등 정치, 그리고 60년대 베이비부머들의 성혁명과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통한 ‘카운터컬쳐’를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발전을 통해 미국의 권리장전(수정헌법1조~10조)이 말하는 자연법적 권리(Rights)가 책임과 질서가 부재한 권리주장(entitlement)의 남용으로 대체되었다고 분석한다. 이 60년대 혁명이 낳은 “권리의 시대”는 반세기동안 미국 사회를 잠식하여 결국 지난 수년간의 ‘정체성정치’를 통해 미국인들을 더 고립시키고 분열시키면서 민주당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하며 국가의 근간을 흔들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작금의 한국사회에서도 목격되고 있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5. Live Not By Lies (거짓으로 살지 말라)

Rod Dreher 저, Sentinel 출간 (229쪽)


위와 같은 심각한 국가 위기의 상황에 대해, 저명한 보수주의 사상가 로드 드레허는 ‘연성 전체주의(soft totalitarianism)의 도래’라고 설명한다. 드레허는 탈기독교 시대에 기독교인들의 남은 수도사적 선택을 처방한 <베네딕트 옵션>(IVP, 2019)의 저자다. 이 신간에서도 드레허는 무엇보다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고된 앞날을 예고하며 이제 심각한 고난과 핍박을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크리스천 반체제주의 매뉴얼”이다. 저자는 솔제니친 등 구소련 반체제인사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현대 미국에서는 전체주의적 성격의 체제가 서서히 도래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의 진보주의는 사실상 종교나 다름없는 강한 신념체계이며 다른 무엇보다 기독교의 세계관을 가장 큰 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임을 풀어낸다. 그리고 또다시 구소련 전체주의를 견뎌낸 반체제인사들의 경험을 근거로, 미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에게 극심한 핍박 속에서도 진리를 타협하지 않고 가정이라는 ‘저항공동체’를 통해 고통을 감내하며 전체주의를 극복하는 진정한 십자가의 길을 처방으로 제시한다. 너무나 많은 기독교의 가치관과 진리를 문화와 화합과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세상과 타협하고 있는 한국교회도 엄중히 귀 기울여야 할 내용이다.


6. A Time to Build (재건의 때)

Yuval Levin 저, Basic Books 출간 (232쪽)


다음 책도 드레허와 사뭇 비슷한 처방을 내놓는 듯 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일반 미국인들에게도 큰 시사점을 제공하는 유벌 레빈의 <재건의 때>이다. 유벌 레빈은 한국에도 번역되어 널리 알려진 <버크와 페인의 위대한 논쟁: 보수와 진보의 탄생>(에코리브르, 2016)의 저자다. 현재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내셔널어페어스> 편집장을 맡고 있다. 레빈은 오랫동안 미국인들의 든든한 뿌리가 되었던 전통적인 제도를 다시 부활시킴으로써 미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위대한 미국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제도란 가정과 교회 등의 공동체, 그리고 의회와 대학캠퍼스(교육) 등을 말한다. 리버럴 좌익 세력과 포퓰리즘 정치에 의해 하나하나 해체되고 망가진 사회의 전통적 기초 제도들을 결국 다시 재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을 위대하게 한 미국 제도의 근본은 여전히 유효하며, 그 원래의 모습을 서둘러 회복할 것을 호소한다. 어쩌면 너무 싱거운 처방일 수 있지만, 재건은 제도를 해체하려는 적을 상대로 사실상 지극히 마땅한 정공법임엔 틀림없다.

7. The Essential Scalia (스칼리아의 정수)

Antonin Scalia 저, Crown Forum 출간 (314쪽)


마지막으로 4년 전인 2016년에 갑자기 타계한 안토닌 스칼리아 연방대법관의 주요 글과 판결문들을 모아 엮어낸 <스칼리아의 정수>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1986년 임명된 스칼리아 대법관은 30년 동안의 대법관 직을 수행하면서 헌법 원문주의자(originalist/textualist)로서 대법원의 충실한 보수주의적 축을 감당한 바 있다. 스칼리아의 글들이 이제 어느 때보다 더욱 소중한 이유는, 그의 보수주의적 법철학과 입장이 향후 오랫동안 대법원의 판결에 큰 지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후임 닐 고르서치와 또 다른 보수주의 대법관 브렛 캐버노, 그리고 그의 수제자였던 에이미 코니 배럿은 모두 스칼리아의 헌법 원문주의적 법철학을 고수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임 4년 동안 이 세 명의 보수주의 대법관을 임명한 것은 아마도 훗날 미국 보수주의 역사에서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될만하다. 이 모음집에는 미국 보수주의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헌법 원문주의와 법철학, 또한 표현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그리고 낙태와 결혼 등에 대한 스칼리아의 기념비적인 판결문과 소수의견이 포함되어 있다. 그의 의견들은 대부분 대법원 판례 기록으로서 향후 대법관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보수주의 정치철학의 교본이나 다름없이 회자될 것이다.


(이 글은 2020년 12월 30일자 미래한국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