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평세

미국 부정선거 논란과 남은 조지아 선거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 한 달이 훌쩍 지나고 12월 8일 ‘세이프하버’ 기한까지 지난 현재에도, 미국의 부정선거 논란과 연이은 소송전은 계속되고 있다. 세이프하버 기한이란 각 주의 선거인단이 모여 투표하는 ‘12월 두 번째 수요일 다음 월요일’(올해는 12월 14일)로부터 엿새 전까지 각 주의 선거인단을 승인해야 하는 법률상 기한을 말한다. 위스콘신 주를 제외한 49개 주와 워싱턴DC가 이 기한 전에 주민투표에 따른 선거인단을 승인함으로써 바이든 후보 당선의 최종확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트럼프 측과 공화당 측, 그리고 트럼프 공식 변호인단에서 분리된 시드니 파월 변호사는, 현재까지 주 법원과 연방 법원에 제출한 소송 건에서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개 소송에서만 승소했을 뿐 약 50건의 소송에서 패배하거나 기각 또는 철회되었다. 절반 이상의 판사들이 트럼프 등 공화당 대통령이 임명한 법관들이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변호인단이 승소한 한 건도 선거부정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단, 주어진 시한 내에 신분증명이 안된 약 1만 개의 투표지만 무효 처리되었고 승패를 뒤집기에는 부족했다.

여전히 위스콘신, 미시건, 조지아 주 등에서 트럼프 측의 소송 및 항소 건이 남아있지만, 기존보다 확연히 압도적이고 분명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이상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가망은 희박하다. 한편 텍사스 주는 조지아와 미시건, 그리고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주를 상대로 연방대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각 주의 투표절차는 헌법 제2조에 의거해 해당 주 의회가 결정해야 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구실로 주정부가 선거절차를 임의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소송에 동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비슷한 선거절차상의 이유로 내건 트럼프 측의 다른 소송들에서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볼 때, 연방대법원이 해당 4개 주의 약 1천만 표 전체를 무효화시킬 판결을 내리긴 어려울 듯하다.

“크라켄”은 도대체 어디에?

시드니 파월 변호사

결국 시드니 파월 변호사가 몇 주 전부터 예고한 “크라켄”(신화 속 거대 바다괴물로 부정선거를 입증할 결정적인 스모킹 건)은 적어도 법정에서만큼은 나타나지 않았다. 트럼프 측 변호인들과 파월은 그동안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통해 “부인할 수 없는” “압도적이고 조직적인” 부정선거의 증거들이 쏟아질 것을 예고한바 있다. 하지만 수많은 의혹들과 이론들을 주장했을 뿐 법정에서 인정할 만큼 확실한 증거들을 제시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여러 개별적 부정행위들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지 않았고 각 주의 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부정은 없었다는 것이 각 법원의 판결일 뿐만 아니라 윌리엄 바 법무부장관의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변호인단이 여론을 통해 이야기하는 부정선거 주장과, 실제 법정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문제제기가 내용이나 논조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펜실베이니아 주 법정에서는 트럼프 변호인 쥴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트럼프 측이 사실상 법정싸움이 아니라 정치적 싸움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파월의 전자투표 서비스업체인 도미니언이 베네수엘라 등의 반미사회주의 국가들의 영향력 아래 있고 이 전자투표기를 통해 기계적인 표 바꿔치기를 했다는, 사실이라면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적 사기선거가 될 만한 주장도, 조지아 주에서의 수개표를 통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게다가 도미니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플로리다 주를 포함해 총 28개 주에서 사용되었고 현재 트럼프 측이 문제를 제기한 주에서 다 도미니언을 사용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자투표기의 기계적 조작을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

일각에서 나오는 또 다른 놀라운 주장은 미군 특수부대가 독일에 있는 CIA 기지를 습격해 결정적인 증거(또 다른 “크라켄”)가 될 만한 서버를 확보했다는 내용이다. 파월 등 트럼프 진영의 변호인 뿐 아니라 공화당 현직 의원과 전직 공군 장군 등 평판이 걸려있을 만한 인물들이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면서, 평소라면 터무니없다고 취급받았을 이야기에 권위가 부여되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급속도로 재확산되었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보수진영의 트럼프 지지층 내에서는 이 내용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거기에 더해 기존에 회자되던 각종 흥미로운 음모론들과도 결부되어 더욱 헤어날 수 없는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유튜버들은, 독일에서 습격된 CIA기지에서 체포된 지나 해스펠 국장이 심문 중에 부정선거 계략을 모두 실토해 바이든과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한 “딥스테이트” 인물들이 은밀히 구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최근 바이든이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한 것도 전자발찌 착용한 것을 감추기 위한 위장이라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들이 최초로 제기된 원 소스를 추적해보면 모두 출처가 매우 불분명하거나 신빙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군 부대의 독일 서버 탈취 설은, 가짜뉴스로 유명한 Veterans Today 라는 블로그에 마이클 슈림튼이라는 영국의 유명한 음모론자가 최초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림튼은 독일의 나치 잔재 정보기관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일으켰고 2012년 영국올림픽 현장에도 핵폭탄을 터트릴 것이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이 외에도 일부 지역에서 투표자가 등록된 유권자보다 많다거나 실제 거주자보다도 투표자가 많다는 주장들도, 의도적이든 단순 실수든, 많은 경우 잘못된 데이터를 근거로 내놓은 주장들이다. 예를 들어 지난 11월 27일 펜실베이니아 주의 더그 마스트리아노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1,823,148개의 우편투표지가 발송되었고 1,462,302개의 투표지가 접수되었는데 최종적으로 2,585,242개의 우편투표가 등록이 되었다”며 “추가 1,126,940개의 투표지가 어디서 나왔느냐”고 의혹을 제기한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내용을 “펜실베이니아 투표결과는 조작되었다”고 단언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마스트리아노 의원이 이번 선거데이터와 지난 경선의 투표데이터를 혼동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본인도 착오를 인정했다.

또한 일부 공개된 투표현장 영상들을 보고 과도한 해석과 단정적 판독을 통해 부정선거의 “결정적인 증거” 혹은 실마리라고 주장하는 일부 목소리들도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선거 절차의 과정을 알고 전체 영상을 본 선거관계자들은 대부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장면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선거부정의 현장 포착”이라고 꼬리표가 붙어 확산되는 이 영상들 때문에 해당 장면에 나오는 인물들의 신상이 털리고 실제로 신변의 위협을 당하는 불미스런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특유의 무책임한 익명성과 기형적 부작용을 통해 트럼프에 대한 일부 극성 팬덤이 훌리거니즘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음모론에 묻히는 진짜 선거부정

결국 미국 보수진영에서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목소리를 내놓던 <미국은 왜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선택했는가>(김앤김북스, 2020)의 저자 빅터 데이비스 핸슨도 “트럼프 측 변호인들의 계속되는 폭탄선언과 과장된 부정선거 주장들은, 빠른 시일 내에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들이 나오지 않는 한, 트럼프와 공화당에 심각한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2016년 당시 러시아와의 공모 의혹으로 트럼프가 탄핵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나서서 변호했던 <Ball of Collusion>(2019)의 저자 앤드류 매카시도 이번엔 핸슨과 같은 입장이다. 부정선거 논란은 정치적 세력화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전략일 수 있었지만 근거가 약하고 음모론으로 치부될 수 있는 주장들은 트럼프와 공화당의 공식 입장에서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회자되는 부정선거 의혹이나 주장은, 보통 최초 제기되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언론사의 팩트체킹을 통해 디벙킹(사실이 아님이 드러남)되거나 의혹 제기자 스스로의 착오였음을 실토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최초 의혹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빠른 속도로 재가공되어 널리 확산되는 반면, 이에 대한 반론들은 대부분 조용히 묻혀버리거나 도리어 의혹을 덮으려는 리버럴 언론들의 거짓말로 취급된다는데 있다. 하지만 중요한 반론들은 보통 리버럴 주류매체들이 아닌, 진위를 따질 명분이 있는 보수매체에서 나온다. 사실 그래서 이러한 반론들은 더욱 노출이 적어서 접하거나 찾기가 쉽지 않은 점도 있다. 한국 온라인상에서는 미국 부정선거 논란에 대한 정보 불균형이 더 극심하게 두드러진다. 왜냐하면 각종 의혹제기들은 한국의 유튜버들과 누리꾼들을 통해서 번역되고 재가공되어 널리 공유되지만 이에 대한 반론들은 번역되거나 공유되는 경우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선거에서 선거부정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빌미로 실행한 전면 우편투표로 인해 개표과정이 유례없이 길어졌고, 방역조치 때문에 투표현장에서 선거관리의 부실과 불공정 사례도 만연했다. 그러면서 미국 선거에서 최소 수십 년간 고질적인 문제였던 중복투표와 대리투표, 사망자 투표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크게 드러나기도 했다. 사실 이번에 미국은 전면 우편투표 및 부재자투표의 위험성과 사전투표의 불공정성, 전자투표 및 개표기 사용의 불투명성 등을 분명히 직시하고 반성 및 전면적인 제도개선을 할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선거가 “역사상 가장 깨끗했던 선거”라며 위선을 떨고 관련 문제제기를 일축하기 바쁘다. 만약 트럼프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면 어땠을까. 지금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트럼프와 공화당 측보다 바이든과 민주당 측이 훨씬 더 극렬하게 선거부정을 외쳤을 것이다. 지난 4년 동안에도 근거 없는 “러시아게이트”로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당선을 인정하지 못한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사실 선거에서 이긴 입장에서는 투표 부정행위가 붉어질수록 오히려 당선의 합법성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일축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결국 그러한 모순 때문에 지금까지 미국선거의 오래된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선거를 앞두고 반(反)트럼프로 편향된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노골적인 바이든 편들기와 빅테크(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등 여론을 좌우하는 대기업)의 헌터바이든 의혹 감추기 등 심각한 불공정도 분명 넓은 의미에서 선거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7월 크리스토퍼 레이 FBI국장이 지난 몇 년 간 중국공산당의 미국 내 첩보 및 공작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만큼, 대선결과에 따라 직접적으로 막대한 이익이 좌우되는 중국의 선거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8일에는 중국 인민대 교수가 현지 강연에서 헌터바이든을 언급하며 중국공산당이 미국의 최고위급 내부망에 사람들을 심어놨다고 자랑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음모론적 의혹제기와 확산으로 인해 이처럼 정작 유효하게 다뤄져야 할 진짜 이슈들이 가려지고, 더 나아가 보수진영이 분열되는 것은 심각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달 말 파월 변호사가 도미니언의 투표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 의원들도 부정선거에 동참했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것은 미국 보수진영 내 심각한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한국 보수진영의 상황과도 매우 유사하다. 지난 4.15총선에 대한 부정선거 인정 여부로 쪼개진 보수진영은, 이제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서 서로를 배신자, 반지성인, 음모론자 등으로 힐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실제 부정선거나 다름없는 매표 수준의 정부 현금살포나 선관위의 편향적 선거운동 규제, 그리고 드루킹 여론조작 등에 대해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또한 최근 세 개의 보수진영이 연합해 대안 보수정당을 창당하려 했던 시도도 결국 부정선거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사실 중국이나 외부세력의 개입이 있다면 오히려 이러한 음모론의 확산과 여론 혼란을 통해 보수진영의 분열을 꾀하는 것은 아닐지 의심이 될 정도다.

트럼프 변호인단과 파월 측이 이런 부정선거 의혹제기를 통해서 꾀하는 전략은, 여론전을 통해 각 경합주의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주정부와 다른 선거인단을 내놓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주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내기도 하면서, 선거결과를 통한 주정부의 바이든표 선거인단과 다른 공화당 의회의 트럼프표 선거인단명단을 제출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두 세트의 선거인단이 경쟁하게 되는 것을 ‘Dueling Electors’라고 하는데, 그런 경우는 미국 역사상 1876년 전후 재건시기에 단 한번 있었다. 당시에는 대법관과 상하원 의원들로 구성된 15인 특별위원회가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며 논쟁이 해소되었고, 민주당은 남북전쟁 후 잔류하던 북부군이 남부지역에서 조기 철수할 것을 약속받고 나서야 결과에 승복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성공 가능성도 매우 적고 리스크는 너무 크다.

미국 보수의 낙동강 전선, 조지아 주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당장 몇 주 뒤 있을 조지아 주 상원 결선이다. 조지아 주는 총 득표의 과반 이상을 받은 후보가 상원의원에 당선되는 특별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 총선에서 공화당 현지 상원의원인 데이빗 퍼듀와 켈리 뢰플러 두 명 모두 선두에 섰지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이번 조지아 주의 두 의석을 지켜내는 것은 공화당에게 있어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두 석을 잃을 경우 상원이 공화 50석 대 민주 50석으로 타이를 이루게 되는데 부통령으로 당선되는 카말라 해리스가 상원에서 타이브레이커(tie-breaker)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행정부를 민주당 바이든-해리스에게 뺏기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을 지키고 있는 한 주요 인사 임명이나 대법원 확대(court-packing), 워싱턴DC 주 승격, 푸에르토리코 주 편입 등 민주당의 심각한 의제들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하지만 하원과 행정부를 모두 민주당이 가진 현재 상황에서 상원마저 뺏기게 된다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문자 그대로 미국의 근본 정체성까지 완전히 바꿀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는 미국 보수진영에 있어 조지아 주가 미국의 낙동강 전선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린 우드 변호사

그런데 너무 과장되거나 일부 허위사실로 부정선거 논란을 음모론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여러 주장들은, 공화당의 조지아 주 상원 결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될뿐더러 오히려 큰 손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이다. 부정선거 소송을 진행하는 시드니 파월과 린 우드 변호사는 심지어 조지아 주 공화당원들에게 부정선거가 해결되지 않는 한 투표장을 보이콧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린 우드 변호사는 시위현장에서 조지아 주 공화당 상원 후보들과 주지사 및 국무장관 등이 중국공산당에게 매수되어 변질되었다고까지 말하며 노골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를 억제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이러한 분열의 틈을 노리고 역대 최대 액수의 홍보비를 들여 “퍼듀와 뢰플러 공화당 의원이 트럼프를 배신했다”는 문구를 통해 공화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못나오게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린 우드 변호사는 사실 2006년부터 최근까지 민주당을 후원하고 민주당 경선에 투표했을 뿐 아니라 낙태지지 등 진보적 입장을 취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혹시 어떤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기도 하다.

이런 경향을 잠재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조지아 주 유세현장 연설을 통해, 부정선거가 있었음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유권자들에게 반드시 투표장에 나가 투표할 것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린 우드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투표장을 보이콧 하라는 일부 목소리들을 무시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공화당 입장에서는 선거가 부정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투표를 독려해야 하는 매우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한국 보수진영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보수진영도 부정선거론의 모순에 빠졌다. 현재의 부정선거론은, 실제로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법정 승소의 가능성이 희박하고 중도층 및 일반인들에겐 음모론으로 비춰져 역효과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다음 선거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측의 투표를 억제해 결국 패배의 악순환을 낳고 만다. 또한 때론 정작 해야 할 많은 일들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한편으론 부정선거 주장이 혹시, 현재 극도로 절망스러운 정치적 현실 속에서 통쾌한 ‘한 방의 크라켄’를 기대하게 하는 매력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보수주의의 혁명은 그렇게 ‘한 방’에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론 지루하고 고된 긴장 속에서 섬세하고 집요한 가치 투쟁으로 신중히 얻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미래한국 2020년 12월 15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