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평세

103년 전 볼셰비키 혁명이 남긴 오늘

(이 글은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데이빗 새터가 볼셰비키 혁명 100주년을 맞아 2017년 11월 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일부 발췌, 번역한 것이다.)


100여년 전 오늘, 무장한 볼셰비키들이 페트로그라드(현 상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전을 장악하고 러시아 임시정부의 관료들을 체포했다. 그들은 이후 수백만의 인명을 살상하고 인류문명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일련의 사건들을 촉발시켰다.


혁명가들은 밤새 철도역, 우체국, 전신소 등을 장악하였고, 이튿날 이 곳 주민들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깨어나게 되었다. 볼셰비키들은 표면적으로 사적소유의 폐지를 주창하였지만, 그들의 진짜 목적은 보다 정신적(spiritual)인 것으로, 맑시스트-레닌 이념을 현실로 구현하려는 것이었다.


인류역사상 최초로, 노골적인 무신론(atheism)과 스스로의 무오성(infallibility)을 주장하는 국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사회와 국가 상위의 신적 존재(higher power)를 가정하는 서구문명과는 완전 양립불가능한(incompatible) 것이었다.


볼셰비키 혁명은 두 가지 결과를 가져왔다.


먼저 공산주의가 자리잡은 국가에서 그 사회의 도덕적 골수(moral core)를 빨아먹어 텅비게(hollow)하고 '개인'(individual)을 끌어내려 국가장치의 톱니(cog in state machinery)로 둔갑시켯다. 공산주의자들의 살인규모는 단순살상을 넘어 생명의 가치(value of life)를 없애고 살아남은 자들에게서도 개개인의 양심(individual conscience)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볼셰비키들의 영향은 이들 국가에 한정되지 않았다. 서구에서도 공산주의는 '가치의 원천'(source of values)에 대한 사회의 이해를 뒤바꿔(invert) 엄청난 정치철학적 혼란을 야기시켰고, 이 혼란은 여전히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20년 레닌은 공산주의 청년들에게 모든 도덕관념을 계급투쟁에 종속(subordinate)시킬 것을 주문했다. 그들에게 '착취하는 옛 것'을 파괴하는 것과 '새로운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위하는 것은 모두 곧 '선'(good)이 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죄책감(guilt)과 책임(responsibility)을 분리시켰다.

레닌의 비밀경찰인 Cheka 의 관료 Martyn Latsis 는 1918년 심문자들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우리는 피심문자 개개인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브루조아 계급을 몰살시키는 것이다... 피의자가 어떤 반역적 언행을 했는지 찾지 말아라. 질문은 항상 그가 어떤 계급에 속해있는지가 되어야 한다. 그것으로 그의 운명은 결정된다."

이러한 그릇된 자기 확신은 수 십년동안 치뤄진 대량살상극의 명분이 되었다. 최소 2천만명의 소비에트 시민들이 그 정권에 의해 직접적인 죽임을 당했다. 이는 볼셰비키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전쟁, 전염병, 기근으로 죽은 사람들을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


여기에 소련이 수립하거나 지원했던 다른 공산정권들 (동유럽, 중국, 쿠바, 북한, 베트남, 캄보디아) 치하에서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수를 더하면 약 1억 명이 된다. 공산주의는 인류역사상 가장 큰 인재(人災)이다. ....


이러한 소련의 '인간성'(human nature) 의 재정의(redefinition)는 많은 지적 혼란을 야기시켰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란 용어도, 집단의 소유체제인 사회주의가 어떤 상위의 초월적 도덕 기준(transcendent moral criteria)에 비추어 판단될 필요가 없는, 그 자체로 고결 (virtuous in itself)하다는 가정에 뿌리가 있다.


볼셰빅이 러시아에서 권력을 잡았을때 서구의 지식인들은 볼셰빅들과 마찬가지로, '그 어떤 참조할만한 윤리기준'(ethical point of reference)의 부재로 인해그들의 잔혹성에 눈을 감았다. 인명살상이 부인하기에는 너무 명백해졌을 때에도, 소련의 '숭고한 의도'를 감안해 면죄부를 주었다. ....


한 때 세계 3분의 1을 지배했던 소련과 국제공산주의 체제는 이제 과거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보다 높은 도덕적 가치를 우위에 두어야 하는 필요성(the need to keep higher moral values pre-eminent)은 19세기 초 그것이 공격당했을때 만큼 지금도 중요하다.


1909년 러시아 종교철학자 Nikolai Berdyaev 는 이렇게 썻다.

"많이 배웠다는 우리 젊은청년들은 학문과 철학, 계몽과 대학들의 독립적 의의(independent significance)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그것을 정치와 정당과 운동과 동아리의 이익에 종속(subordinate to the interests of politics, parties, movements and circles)시키고 있다."

지난 공산주의 한 세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독립된 보편적 도덕 기준의 권위(independent authority of universal moral principle)가 한낱 회상(afterthought)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류의 모든 문명이 바로 그 신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원문링크: https://www.hudson.org/research/13994-100-years-of-communism-and-100-million-deadhttps://www.hudson.org/research/13994-100-years-of-communism-and-100-million-dead